여든의 시인은 기꺼이 긴 여정에 올랐습니다.인천에서 출발해 에티오피아 경유 8시간, 14시간 비행과 3시간 차로 이동하여
꼬박 하루를 넘어 탄자니아 아루샤에 닿는 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무리라며 만류했지만, 나태주 시인은 2019년부터 후원해 온 소녀 네마 니코데무를 만나기 위해 짐을 꾸렸습니다.
마침내 은다바시 마을에서 아이와 마주한 순간, 시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진과 편지로만 이어지던 인연이 눈앞에 나타나자, 뜨겁게 터져 나온 눈물은 슬픔이 아닌 기쁨이었습니다.
꼬박 하루를 넘어 탄자니아 아루샤에 닿는 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무리라며 만류했지만, 나태주 시인은 2019년부터 후원해 온 소녀 네마 니코데무를 만나기 위해 짐을 꾸렸습니다.
마침내 은다바시 마을에서 아이와 마주한 순간, 시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진과 편지로만 이어지던 인연이 눈앞에 나타나자, 뜨겁게 터져 나온 눈물은 슬픔이 아닌 기쁨이었습니다.
기다림 끝에 피어난 기쁨
울고 싶어서 운 게 아니었어요.
그냥,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냥,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후원이 주는 힘
내가 쓴 돈만 내 돈이고,
내가 본 풍경만 내 풍경이지요.
후원도 직접 해봐야 그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내가 본 풍경만 내 풍경이지요.
후원도 직접 해봐야 그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시는 오롯이 자신의 고백과 하소연으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년 이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
고백과 너의 하소연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백과 너의 하소연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네마의 키가 자라듯, 시인의 마음도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비워야 비로소 채워지는 삶
내가 비워야 삽니다.
붙들고 있으면 죽고, 비워야 사는 거지요.
붙들고 있으면 죽고, 비워야 사는 거지요.
그렇게 채워지는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깊은 감각입니다. 시인은 시와 후원이 바로 그 감각을 삶 속에서 이어가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시와 후원은 물질적 만족이 아니라
정서적 만족을 줍니다.
사람들은 물질적 만족만 좇다 보면
끝없이 허기지지만,
시와 후원은 마음을 채워주지요.
정서적 만족을 줍니다.
사람들은 물질적 만족만 좇다 보면
끝없이 허기지지만,
시와 후원은 마음을 채워주지요.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데,
시와 후원은 그 공간을
채워줍니다.
그래서 타인을 위해서도,
결국은 자신을
위해서도
하는 일이 되는 것이지요.
사랑하고, 나누고, 기뻐하며 살아가는 존재
탄자니아에서 보낸 짧지만 깊은 시간은 울고 웃는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인생이 된다는 사실을 더욱 또렷하게 새겨주었습니다.
네마를 향한 시인의 바람은 단순합니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건강하게 원하는 일을 하길 바랍니다."
사람은 사랑하고, 나누고,
기뻐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기뻐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글.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박현아
사진.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윤지영, 박현아
사진.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윤지영, 박현아
<네마 니코데무>
탄자니아 현장에서 나태주 시인이 후원아동의 이름인 '네마 니코데무'를 제목으로 쓴 시 나태주
네마 니코데무. 나를 여기 멀고 먼 나라 탄자니아까지 오게 한 이름. 맨 처음 이 아이 알게 된 것은 2019년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어린이를 추천해 주십사 전광석 월드비전 지역본부장님에게 부탁하여 사진으로만 만났던 아이.
2020년 1월, 이 아이 만날 일정이 열려 만반의 준비 황열병 주사까지 맞고 기다렸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 가지 말라 하고 오지 말라 그래 끝내는 일정이 무산되고 5년이나 지나 이제야 온 것.
이제라도 오게 되어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다지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아침 7시 호텔에서 출발, 40분 먼지바람 흙길 자갈길 다시 달려 탄자니아 월드비전 은다바시 사업장 사무실 도착. 식당으로 쓰이는 방에서 한 시간 남짓 아이들 맞을 축제 준비를 하였는데 나는 작은 에코백 한 면에 ‘풀꽃’ 시를 한글로 적고 뒷면에 김예원 작가에게 부탁, 영어로 적어달라 했지. 10시에 맞춰 아이들과 보호자가 함께 현장에 모여 아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방으로 들어오는 거였다.
네마 니코데무는 얼마나 자랐을까? 처음 방으로 들어오는 키가 큰 여자아이가 아무래도 그 아이라는 직감. 그러나 내가 사진으로만 알던 아이와는 너무나도 달라 낯설기도 한 느낌. 월드비전 직원 소개로 내가 손을 들자 성큼성큼 그 아이 걸어 와 나를 덥석 얼싸안는 게 아닌가!
아이가 나를 안아주는 순간 왈칵 치솟아 오르는 눈물. 작정한 바도 아니고 슬픈 일이 있는 거도 아닌데 도대체 그 눈물은 어디에서 숨었다가 나오는 것이었을까. 자리를 정리하고 앉아 이번에는 이중 통역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곁에서 김예원 작가 영어통역을 도와주기도 했지.
내가 아이에게 물어본 말과 그 아이의 대답. 몇 살이고 몇 학년인가? (열다섯 살에 초등학교 7학년.) 자라서 무슨 일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다른 사람 도와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결혼은 몇 살에 하고 싶은가? (스물다섯에 하고 싶다.) 왜 그런가? (그때쯤이면 공부가 끝날 것 같다.)
2020년 1월, 이 아이 만날 일정이 열려 만반의 준비 황열병 주사까지 맞고 기다렸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 가지 말라 하고 오지 말라 그래 끝내는 일정이 무산되고 5년이나 지나 이제야 온 것.
이제라도 오게 되어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다지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아침 7시 호텔에서 출발, 40분 먼지바람 흙길 자갈길 다시 달려 탄자니아 월드비전 은다바시 사업장 사무실 도착. 식당으로 쓰이는 방에서 한 시간 남짓 아이들 맞을 축제 준비를 하였는데 나는 작은 에코백 한 면에 ‘풀꽃’ 시를 한글로 적고 뒷면에 김예원 작가에게 부탁, 영어로 적어달라 했지. 10시에 맞춰 아이들과 보호자가 함께 현장에 모여 아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방으로 들어오는 거였다.
네마 니코데무는 얼마나 자랐을까? 처음 방으로 들어오는 키가 큰 여자아이가 아무래도 그 아이라는 직감. 그러나 내가 사진으로만 알던 아이와는 너무나도 달라 낯설기도 한 느낌. 월드비전 직원 소개로 내가 손을 들자 성큼성큼 그 아이 걸어 와 나를 덥석 얼싸안는 게 아닌가!
아이가 나를 안아주는 순간 왈칵 치솟아 오르는 눈물. 작정한 바도 아니고 슬픈 일이 있는 거도 아닌데 도대체 그 눈물은 어디에서 숨었다가 나오는 것이었을까. 자리를 정리하고 앉아 이번에는 이중 통역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곁에서 김예원 작가 영어통역을 도와주기도 했지.
내가 아이에게 물어본 말과 그 아이의 대답. 몇 살이고 몇 학년인가? (열다섯 살에 초등학교 7학년.) 자라서 무슨 일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다른 사람 도와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결혼은 몇 살에 하고 싶은가? (스물다섯에 하고 싶다.) 왜 그런가? (그때쯤이면 공부가 끝날 것 같다.)
내친김에 나는 더 멀리 긴 약속을 했지. 얘야, 네가 결혼하거든 너의 남편이랑 한국에 다시 오거라.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이었으면 더욱 좋겠구나. 그러자 통역하는 두 사람(영어 통역자와 스와힐리어 통역자)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지. 아, 인생이란 이렇게 울다가 웃다가 그러는 게 아닐까.
만나서 할 얘기 없느냐 마지막으로 묻자 도와줘서 고맙다는 의례적인 인사말 뒤에, 실지로 만나보니 사진으로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더 늙은 사람이어서 놀랐다는 아이의 말. 다시 한번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 우리는 이어 팔찌 만들기 놀이도 했지. 주최 측이 준비해 준 구슬을 실에 꿰어 서로의 팔찌를 만들어 팔에 채워주기도 했지.
그것은 내가 세상에 나와 맨 처음 만들어 본 팔찌. 돋보기까지 찾아 썼으나 구슬 꿰는 것이 서툴러 아이에게 내가 만들 팔찌까지 부탁했더니 뚝딱 솜씨 있게 만드는 게 아닌가, 얘야, 좋은 의사 되려면 손재주가 있어야 하고 손이 떨리지 않아야 하는데 네가 솜씨 좋고 손이 건강한 걸 보니 분명 좋은 의사가 될 수 있겠구나. 엉뚱한 칭찬의 말도 해주었지.
그런 다음엔 함께 점심 식사하기와 미니운동회와 보물찾기 놀이. 뜻밖에도 우리 손녀 아이 같은 막내딸, 탄자니아의 딸 네마 니코데무는 적극적이고 활달한 아이. 사진 찍자 그러면 처억 하니 제 손을 내 어깨에 얹고 멋들어진 포즈를 지을 줄 아는 아이. 보기보다 손바닥이 억센 아이. 나와 팔씨름을 할 때에도 한동안 버티며 힘을 써 준 아이.
끝내는 서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 내가 부른 노래는 ‘고향의 봄’. 혼자 부르기 자신 없어 김예원 작가와 취재 차 동석한 중앙일보 최지은 기자 더러 함께 부르자 요구하기도 했지. 네마 니코데무도 저의 엄마와 함께 씩씩한 듯 수줍은 듯 저의 나라 하나를 불렀지.
아, 꿈결같이 보낸 다섯 시간 반의 생명이여. 지구 반대편 사람끼리의 유일한 지상의 시간이여. 얼굴빛 서로 다르고 말이 다르지만 생각과 느낌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한 순간, 순간들이여. 드디어 이제는 헤어질 차례. 마지막으로 내가 부탁한 말은 두 가지.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건강한 어른이 되어 네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거라. 할 수만 있다면 한글을 배워서 내가 쓴 시를 한글로 읽어다오.
아이의 손을 잡고 월드비전 은다바시 사무실 정문으로 나와 이제는 아이와 엄마와 남자 동생 아이를 보내는 시간. 악수하고 손 흔들어 어서 가라 그럴 때 글쎄 그 어린 네마 니코데무의 남동생, 생후 2년 8개월이라는 남자아이, 돌아서서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놀라워라. 이어서 옆에 서 있는 김예원 작가에게도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우리가 만나는 동안 저를 안아주고 과자 먹여주고 장난도 쳐준 김예원 작가를 기억함이요, 거기에 대한 보답인 셈. 이 어찌 어여쁜 인간의 예의 아닌가. 눈물겨운 사람 사랑이 아닌가.
네마 니코데무. 나를 멀리 24시간 비행기 타고 아프리카 붉은 먼지 날리는 나라 탄자니아까지 오게 한 이름. 실은 그 이름에 영국식 이름이 하나 더 들어가 치렁치렁 길고 긴 이름. 오늘은 이래저래 어지럽고 복잡한 날이다. 땅속에서 금방 솟아오른 원유처럼 온갖 감정과 생각이 뒤섞여 마음 정리가 되지 않는 날. 내 마음속에도 탄자니아 붉은빛 고운 먼지 흙바람이 자욱한 날이었나 보다.
아, 꿈결같이 보낸 다섯 시간 반의 생명이여. 지구 반대편 사람끼리의 유일한 지상의 시간이여. 얼굴빛 서로 다르고 말이 다르지만 생각과 느낌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한 순간, 순간들이여. 드디어 이제는 헤어질 차례. 마지막으로 내가 부탁한 말은 두 가지.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건강한 어른이 되어 네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거라. 할 수만 있다면 한글을 배워서 내가 쓴 시를 한글로 읽어다오.
아이의 손을 잡고 월드비전 은다바시 사무실 정문으로 나와 이제는 아이와 엄마와 남자 동생 아이를 보내는 시간. 악수하고 손 흔들어 어서 가라 그럴 때 글쎄 그 어린 네마 니코데무의 남동생, 생후 2년 8개월이라는 남자아이, 돌아서서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놀라워라. 이어서 옆에 서 있는 김예원 작가에게도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우리가 만나는 동안 저를 안아주고 과자 먹여주고 장난도 쳐준 김예원 작가를 기억함이요, 거기에 대한 보답인 셈. 이 어찌 어여쁜 인간의 예의 아닌가. 눈물겨운 사람 사랑이 아닌가.
네마 니코데무. 나를 멀리 24시간 비행기 타고 아프리카 붉은 먼지 날리는 나라 탄자니아까지 오게 한 이름. 실은 그 이름에 영국식 이름이 하나 더 들어가 치렁치렁 길고 긴 이름. 오늘은 이래저래 어지럽고 복잡한 날이다. 땅속에서 금방 솟아오른 원유처럼 온갖 감정과 생각이 뒤섞여 마음 정리가 되지 않는 날. 내 마음속에도 탄자니아 붉은빛 고운 먼지 흙바람이 자욱한 날이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