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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감동 스토리, 월드비전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블로그

케냐, 꿈이 내리다

케냐 가뭄대응역량강화사업 'K-드림'

케냐 가뭄대응역량강화사업 'K-드림'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번째 출장 일정이 10여 년 전 첫 해외 출장지였던 케냐로 정해졌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했지만, 인천공항에서 에티오피아를 거쳐 다시 케냐 나이로비, 투르카나 로드워, 칼로베예이 카쿠마 지역까지 18시간 넘게 비행기와 차를 갈아타는 긴 여정을 거치는 동안 완전히 지쳐버렸지요.

마침내 칼로베예이에 도착하자 숨이 막힐 만큼 덥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이 무덥고 메마른 땅에서 월드비전과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KOICA)는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주민들과 아동들의 삶에 촉촉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케냐 칼로베예이 통합적 가뭄대응역량강화 사업(이하 K-드림 사업)’ 현장에서 마주한 변화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극심한 건조 지역을 덮친 기후변화


언젠가부터 비가 내리는 기간이 점점 줄더니 이제는 5~6개월이던 우기가 1, 2개월 정도 내리다 끝나요.

롱골레 모롱골레, 60세

칼로베예이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고 있는 롱골레 씨는 점점 짧아지고 있는 우기에 걱정이 큽니다. 목축업이 주된 생계 수단인 지역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건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남수단, 소말리아, 우간다 등에서 넘어온 난민들의 정착촌이 있는 칼로베예이 지역은 수용공동체 주민까지 포함하여 72퍼센트가 빈곤 인구입니다. 안 그래도 건조했던 이곳은 최근 가뭄이 반복되고 우기가 짧아지면서 물 부족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목축업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식량 불안과 소득 감소는 난민과 주민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을 해결하고 지역 주민과 난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코이카의 지원으로 지난해, ‘K-드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무기력했던 삶에 찾아온 일하는 기쁨


이곳에 오기 전에는 지원 물품으로 생활하며 딱히 이렇다 할 일을 한 적이 없었어요.


지금은 난생처음 배운 농사 기술로 텃밭과 닭을 돌보며 곡식과 채소, 달걀을 얻고 있어요. 무기력하던 제 삶에 작은 변화들이 생겼어요.

락슨, 29세


남수단 내전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은 락슨 씨는 2012년 케냐로 이주했습니다.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삼촌을 만난 후 2020년부터 옆 동네인 칼로베예이에 새롭게 터를 잡았지요. 락슨 씨는 요즘 스스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K-드림 사업’으로 닭 20마리와 씨앗, 농기구를 지원받았기 때문입니다. 직접 수확한 채소와 달걀은 삼촌과 나눠 먹고, 남은 것은 판매해 조금씩 수입도 얻습니다. 최근에는 빗물받이와 물탱크, 스탠드 파이프도 설치가 되어서 텃밭과 닭들에게 줄 물을 얻기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 캠프 앞마당에 위치한 락슨 씨의 텃밭
    캠프 앞마당에 위치한 락슨 씨의 텃밭
  • 락슨 씨가 지원받은 가축
    락슨 씨가 지원받은 가축


기후스마트농법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해요


기후스마트농법은 농작물을 더 빨리, 더 건강하게 자라게 해요.


또 월드비전이 지원해 준 씨앗은 가뭄에도 잘 자라는 농작물들이라 수확물의 품질 자체가 달라요.


저기 제가 가꾸는 밭을 보세요!

폴린, 29세


두 아이의 엄마인 폴린 씨는 세상을 떠난 언니의 자녀까지 다섯 명의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가뭄이 무척이나 심했던 2021년에는 폴린 씨가 살던 마을에는 키우던 동물뿐 아니라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K-드림 사업’ 덕분에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기후스마트농법으로 그녀가 기르는 작물들은 3~4주면 성장을 해서 아이들을 먹이고 이웃들에게 판매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폴린 씨는 푸릇푸릇 싱싱한 채소가 쑥쑥 자라는 텃밭과 가축들을 돌보며 더 큰 내일을 꿈꿉니다. 언젠가는 구제 옷을 수선해서 판매하는 자신만의 가게도 열고, 다섯 아이 모두 고등 교육까지 가르치고 싶다고 합니다. 그녀의 꿈이 꼭 이뤄지기를 바라며 함께 응원하던 그날의 쨍쨍했던 오후 햇살을 저는 아주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기후스마트농법으로 작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폴린 씨의 타워형 텃밭
    기후스마트농법으로 작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폴린 씨의 타워형 텃밭(Cone Garden)
  • 폴린  씨가 기후스마트농법으로 거둔 수확물
    폴린 씨가 기후스마트농법으로 거둔 수확물


이제 더 이상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아요


작년에 파종한 성과가 좋아서 올해 목초지를 더 넓히기로 했어요. 이제 염소와 낙타들이 마음 놓고 풀을 뜯을 수 있겠죠?


남은 종자와 목초를 건조한 뒤 판매하면 추가로 수입이 더 생길 것 같아요.

벤슨 에타보, 42세 자연자원관리위원회 대표


투르카나 부족민이 살고 있는 에스키리앗 마을에는 기후스마트농법 도입 외에도 물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자연자원관리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역주민회의를 거쳐 선발된 15명의 자연자원관리위원회 회원과 ‘K-드림 사업’ 참여 주민 15명은 개간이나 울타리 설치, 파종 등의 활동으로 일급을 받아 절박한 생계 문제도 해결합니다. 이들은 억센 가시 때문에 아동과 가축을 위협하는 외래 침입종 식물인 마텡게를 모두 걷어내고 말라버린 땅을 개간했습니다. 그리고 월드비전에서 받은 가뭄 저항성 종자를 파종했지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가뭄이 더 심각한 에스키리앗 마을에는 스프링클러와 물탱크, 파이프라인 등이 추가로 지원될 예정입니다. 언제나 물이 가장 큰 고민이었던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하늘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 자연자원관리위원회와 주민들의 힘으로 직접 일군 푸른 목초지
    자연자원관리위원회와 주민들의 힘으로 직접 일군 푸른 목초지
  • 자연자원관리위원회와 주민들이 함께 거둔 수확물
    자연자원관리위원회와 주민들이 함께 거둔 수확물
저수지에서 물을 마시는 가축들
전문적인 지질수문학적 조사와 디자인을 기반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한 칼로베예이 지역 날라파투이 마을 다목적 저수지

세상을 떠돌지 않고 일상에 정착할 수 있도록

월드비전은 ‘K-드림 사업’을 통해 2024년 말까지 저수지와 물 키오스크, 태양광 펌프 등을 설치해 안전한 수자원 공급 시스템을 건축할 예정입니다. 또 이 시설들을 유지·관리할 수자원관리위원회 교육도 진행하고, 농·목축민을 대상으로 기후 적응 기술 교육 및 관련 물품을 지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12만 1,405제곱미터 크기의 목초지 조성과 함께 자연자원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관리 역량 강화 활동도 꼼꼼히 실행하려 합니다.

칼로베예이 마을에 사는 3,600명 이상의 난민 및 수용공동체 주민들이 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주민들이 물과 목초지를 찾아 떠도는 대신 한 마을에 정착해서 안정적인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가뭄으로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 역시 외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삶을 벗어나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주도적인 힘을 키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K-드림 사업’이 바라보는 최종 목표랍니다.

아이들에게, 내일은 너무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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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오실리기 사업장 직원의 책상 위 문구(For a child tomorrow is too late)


마지막 취재 일정을 마치며 돌아오는 길, 문득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For a child tomorrow is too late. 10년 전, 케냐 오실리기 사업장으로 처음 출장을 왔을 때 한 직원의 책상 옆에 붙어있던 문구입니다.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욕심으로 황폐해진 환경마저 감당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내일은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케냐의 한 시골 마을에서 ‘K-드림 사업’을 이끄는 월드비전과 코이카, 주민들이 보여준 변화의 물결을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는 그날, 우리가 쏟은 모든 노력과 사랑의 결실이 주렁주렁 맺힐 것을 굳게 믿으며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글.
윤지영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효지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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