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과 지적장애를 지닌 동생. 생활고로 집을 나간 엄마와 지체장애가 있는 아빠. 동생의 치료비는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 어쩌면 다 큰 성인에게도 조금은 버거운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열한 살 은찬이는 당차게 말했습니다. 끝까지 동생을 지키겠노라고 말입니다. 지난가을, 그런 은찬이 가정을 위한 월드비전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후원자님들이 은찬이 가정에 버팀목이 되어주셨습니다.
▲ (좌) 현우에게 밥을 먹여주는 은찬이▶ (우) 신발 신는 것조차도 은찬이의 도움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어느 봄날, 은찬이네를 다시 찾았습니다. 뇌전증과 지적장애가 있던 현우는 매주 4차례씩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단어로만 말하고 2살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이던 현우는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5살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인다고 합니다.
▲ (좌)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한 현우▶ (우) 현우는 언어치료를 통해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 및 인지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현우는 뇌전증 약물도 단계적으로 줄여 작년 10월에만 해도 하루에 6개씩 복용하던 것을 최근엔 1개만 복용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6월에는 검사 후 이상이 없다면 완전히 약을 끊을 예정입니다. 월드비전은 앞으로 현우가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현우가 혼자 화장실에 가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엔 차에 타있기에 노크를 했더니 문을 따고 열어줬어요.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에요.”
▲ (좌) 여전히 심장 같은 마음으로 동생을 아끼는 은찬이 ▶ (우) 해맑은 웃음을 되찾아 가는 형제
그런 현우를 자기 심장처럼 아끼던 은찬이는 두 가지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되어 현우처럼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제 심장같이 소중한 가족과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한 꿈이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월드비전 캠페인 이후 현우가 조금씩 건강을, 아버지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으며 은찬이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원래 현우를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현우가 좋아지고 있으니까 지금은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도 현우랑 아버지랑 오래오래 살고 싶은 꿈은 그대로에요.”
▲ (좌) 학교 숙제를 하며 또 다른 꿈을 꾸는 은찬이▶ (우) 은찬이의 오랜 꿈. 세 가족이 오래토록 함께 하는 것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으로 가족은 현우의 치료와 은찬이의 학업을 위해 시내로 이사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월드비전은 은찬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장기적이고, 전문적으로 가정을 돌봐 줄 수 있는 복지관과 협약을 맺어 여러분들의 사랑이 투명하고 정확하게 가정에 전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실 현우가 원래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시골이라 특수반도 없고, 제가 계속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시내에 특수반이 잘 된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남의 집이라 어차피 비워줘야 됐던 상황이었어요.”
배드민턴, 자전거, 볶음 컵라면… 은찬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늘었습니다. 은찬이가 지고 있던 짐을 덜어주신 많은 후원자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우의 단비 같은 회복도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은찬이 가족에게는 여러분이 모아주신 사랑이야말로 크나큰 기적입니다.
“예전에는 미래를 생각하면 끝도 없는 두려움만 있었어요. 늘 애들과 상처받으며 살았기 때문에 누굴 못 믿고 그렇게 살았어요. 하지만 이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너무 감사드려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서 아이들 바르게 키우고 열심히 사는 모습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두려움이 앞서던 시절, 형제와 아버지의 손을 잡아주신 모든 후원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이 가족이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 은찬이, 현우와 아버지의 앞날을 응원해 주신 모든 손길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