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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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자를 넘어 세상 읽기3 -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고 쓰는 기쁨

  • 2015.10.01

글자를 넘어 세상 읽기2 -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고 쓰는 기쁨


6월부터 8월까지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방학 기간입니다. 하지만 방학기간에도 리딩 캠프에서는 읽기공부가 계속됩니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 리딩 캠프가 열리지만 아이들과 부모님의 열띤 요청으로 방학 기간 중에는 특별히 일주일에 세 번 리딩 캠프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노노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디레두비사 리딩 캠프 수업을 참관해보니 노노 지역의 똑쟁이들은 이곳에 다 모인 듯 했습니다. 누가 한 번 오로미아 어로 시를 읊어볼까? 하는 선생님의 말에 리딩 캠프에 앉아 있던 오십 여 명의 친구들 손이 일제히 올라갑니다.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고 수업 중 질의응답을 통해 아동들의 사고능력을 키우는 것도 월드비전이 실시한 교사 역량강화 훈련 내용 중에 하나였습니다.

작년부터 리딩 캠프에 다니기 시작한 엠마벳은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에게 자랑하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알파벳들을 직접 병뚜껑으로 써가며 저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현지말로 종알종알 설명을 이어갑니다. "저는 리딩 캠프 오는 게 정말 좋아요. 여기서 영어 알파벳도 배우고요 숫자를 읽고 쓰는 법도 배웠어요. 친구들이랑 재미난 노래도 같이 부르고 책이랑 시도 읽어요. 그치만 리딩 캠프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오로미아 언어(오로비아 주에 속한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배우는 거예요."

▲ 리딩 캠프에서 오로미아어를 배우는 게 가장 좋다는 엠마벳

리딩 캠프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1분에 대 여섯 단어밖에 읽지 못했던 노노 지역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은 이제 1분에 90개 단어, 즉 단어들을 넘어 문장과 단락을 너끈히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 쓰는 것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이제 교실과 리딩 캠프 밖에서도 책을 달고 산다고 합니다. 곧 이 아이들은 단어를 넘어 세상을 읽는 능력을 키워 갈 것입니다.

공부하는 아이들, 디겔루나 티조 지역 사회의 희망
리딩 캠프의 효과는 노노 사업장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디겔루나 티조에도 리딩 캠프 효과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2년 전 디겔루나 티조 지역에 리딩 캠프가 생기기 전, 초등학교 1~3학년 아동들은 모국어로 말은 하지만 읽고 쓸 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고 합니다. "2학년 때까지 단어도 잘 못 읽었어요. 이제 글을 읽는 건 문제도 아니고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리딩 캠프에 참여한 3학년 학생 아베수의 말입니다.

특히 이 곳 아쉐베카 리딩 캠프에는 늦깎이 학생이 몇 명 있다고 합니다. 올 해 52세인 데벨레 발차 씨는 리딩 캠프를 다니는 두 자녀의 학부모이지만 리딩 캠프를 다녀올 때 마다 부쩍 읽기 실력이 늘어가는 자녀를 보며 자신도 늦었지만 글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전혀 읽고 쓸 줄 몰랐지요. 우리 두 아이들이 리딩 캠프를 다니더니 책을 읽고 쓰기 시작하지 뭡니까. 나도 이제라도 배울까 싶어서 리딩 캠프에서 꼬마들이랑 같이 앉아 공부를 시작했지요. 이제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니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능력 있는 아빠가 된 것 같고, 기쁩니다. 정말 기뻐요."

리딩 캠프에 참석하는 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 1~4학년 사이지만 이렇듯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성인들을 비롯하여 고학년이지만 제대로 읽고 쓰기를 배우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습니다. 6살, 8살 짜리 아들, 딸을 양쪽에 앉히고 드문드문 동화책을 읽어 내려가는 데벨레 씨의 모습에 괜히 코끝이 찡해집니다. "애들 동화책 같이 읽으면서 저도 배우고 아이들도 배우죠. 이 나이에 어린 애들이랑 같이 공부하는 게 좀 창피하기도 했지만 이제 사람들 전화번호도 알아볼 수 있고,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어서 저의 삶의 질이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 아이들과 동화책 읽는 데벨레 씨


사실 디겔루나 티조 지역에 맨 처음 생긴 아쉐베카 리딩 캠프는 마을 주민의 협조가 없었다면 열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월드비전이 아동을 대상으로 읽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리딩 캠프를 만들기로는 했지만 수업을 진행할 공간이 없었을 때, 지역 주민 중 한 명인 딩케 데메세 씨가 선뜻 자신의 곡물저장소를 내준 것이죠. "우리 마을의 일원으로서 이 순수하고 가능성이 넘쳐나는 아이들을 돕는 것이 곧 우리 마을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들 중에는 의사가 될 사람도 있을 테고, 교사, 파일럿이 될 아이들도 있지 않겠어요?"

올해로 56세인 딩케 씨는 11명의 자녀와 함께 손주 10명의 할머니이기도 합니다. 집이 리딩 캠프 바로 옆인 터라 아이들이 모여 있을 때마다 공부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목청이 나가도록 책을 읽고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어요. 사실 곡물저장소를 기증할 때는 이토록 아이들 반응이 좋을 줄 몰랐고 이 정도로 빨리 아이들이 변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생각보다 일찍 열매를 보는 것 같아 너무 기쁘네요. 오늘 내가 한 선한 일이 내일 나에게 돌아올 것이고, 이 아이들이 자라서 결국 이 마을을 살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리딩 캠프 공간을 기증한 딩케 씨. 두 손주와 함께

에티오피아 월드비전이 문해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노노 지역과 디겔루나 티조의 아동들은 처음 글을 읽고 배울 시기에 체계적이면서도 양질의 눈높이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인생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입니다. 교육의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커질 것이고, 비록 지금은 가늠할 수 없겠지만 아동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기여할 부분 또한 많을 것입니다. 흔히 어린이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을 합니다. 리딩 캠프에서 글을 뗀 아동들이 10년 후, 20년 후 에티오피아의 미래를 새롭게 쓰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월드비전의 문해 교육을 통해 에티오피아 아동 12만 명이 참여 및 혜택을 받았고, 2만 여 명의 성인이 역량강화 훈련 등에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31만 5천 명의 아동들이 읽기 훈련을 위해 책을 받았으며 772개의 리딩 캠프가 설치 및 운영 중입니다. (2014년, 한국 사업장 포함한 에티오피아 전체 사업장 기준)

글/사진 김은하 지역개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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