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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업장

전 세계의 생생한 사업현장.
오늘도 우리는 그 곳에 희망을 심습니다.

  • 유럽의 소말리아가 아닌 '발칸반도의 독수리'를 꿈꾸며
  • 2012.07.11

'유럽의 소말리아'가 아닌 '발칸반도의 독수리'를 꿈꾸며 - 알바니아 리브라즈드 지역개발사업장.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김광균 시인의 <추일서정>에 나오는 장면이 거기에 있었다. 푸른색이 뒤덮은 봄이지만 가을의 쓸쓸함이 묻어났다. 나무 숲 뒤로는 길마다 텅 비고 무너진 건물들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었다. 신처럼 군림하던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며 만들어놓은 벙커도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흩어져 있고 상처를 위로하듯 야생화들이 그 위로 피어났다. 시간이 멈춰버린 나라, ‘유럽의 소말리아’라고 불리는 알바니아 이야기다.
"금발에 푸른 눈을 한 백인을 돕는다고요?"

‘발칵반도’라는 별명처럼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화약고로 ‘발칵’ 뒤집혔던 발칸반도에 자리한 알바니아. 고대 로마 시대와 연결되는 긴 역사를 지니고 씩씩한 기상을 품었다 해서 ‘독수리의 나라’라고 자부하는 나라지만 코소보사태, 전쟁과 더불어 사회주의 독재정권이 40년 동안 극도로 폐쇄정치를 펼치며 발전에서 뒷걸음질했다. 그 후유증이 공산주의가 무너진 지 20년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구 400만 명에 전체 국민소득은 157억 달러로 세계 112위다. 인구의 4분의 1이 최저 빈곤층에 속한다.

흰 피부에 푸른 눈 때문일까. 아니면 ‘은둔의 나라’라는 오명 때문일까. 이들을 돕는다는 사실에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생각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낯설게 느껴지지만 알바니아도 아프리카의 나라들처럼 도움이 많이 필요한 나라다. 무엇보다 좌절감이라는 상흔이 크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차로 2시간 반, 산악지대에 위치한 산골 시골마을,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리브라즈드(Librazhd)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을 찾았다.

"줄 것이 이것밖에 없어 미안하오."

한 방에 다섯 가족, 가장은 노모

80세의 노모는 늙은 몸을 이끌고 급히 뛰어갔다. 언덕진 곳에 소담스레 핀 하얀 장미. 주름진 손에 장미 가시가 찌르며 주름 같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손님들에게 빈손으로 돌려보낼 순 없다. 먹먹한 심정으로 고생하며 꺾은 꽃을 건네며 그는 우리를 한 번씩 끌어안았다.

"줄 것이 이것 밖에 없어서... 미안하오." 그는 네 살 올레이나, 태어난 지 1주일 된 아마릴도의 할머니다.

얼기설기 엮인 나무판자 집은 들어서자마자 한기가 올라왔다. 푹 꺼진 바닥, 침대 대신 사용하는 의자가 퀴퀴한 냄새와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방 하나에 다섯 식구가 함께 산다. 사회주의 시절 그녀의 집단농장 퇴직연금으로 나오는 8500레크(LEK), 한화 9만 5천원 정도가 유일한 수입원. 그의 곁에 앉은 아들 칼라(32)와 며느리 올가(22) 씨는 한창 일할 나이지만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알바니아의 공식실업률은 14% 정도지만 실제로는 더 높으며 리브라자드 같은 외곽지역은 50%가 넘는다. 가난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13~14세에 조혼(早婚)을 한다.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 먹고 살 걱정 뿐

"알바니아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가 없다는 거지요. 예전에 집단농장 형태로 농사를 지었지만 공산주의 붕괴 이후로 땅이 사유화되고 공장들도 없어졌어요. 일들이 사라졌지. 젊은이들은 그저 땅만 쳐다보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들의 고민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이다. 그러니 올레이나의 교육은 사치일 뿐이다. 유치원에 가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올레이나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바라보는 젊은 부부의 얼굴에서는 무기력함이 묻어났다.

조금씩 재잘거릴 나이지만 올레이나는 말을 잘 못했다. 할머니 품을 파고들다 울음을 터뜨렸다. "방이 하나만 더 있는 집이 있었으면 오죽 좋겠소. 아이도 커 가는데..." 낯선 객들을 보고 놀라 우는 올레이나를 달래기 위해 찍어 준 폴라로이드 사진. 장미처럼 불그스레한 입술과 볼을 가진 올레이나가 태어나 처음으로 찍은 사진이자 유일한 사진이라 했다. 이들은 알바니아 젊은 세대의 전형이었다.
아이의 변화요? 후원자님, 그대의 편지 덕분입니다."

소나기 속에서 만난 햇살소녀

소녀의 이름은 재씰다(15). 한국 월드비전에서 방문한다는 말에 잠도 설쳤다고 했다. 소녀의 미소를 만든 건 바로 한국의 후원자. 얼굴 한 번 본적 없지만 큰 언니 같은 후원자의 존재가 응원가처럼 느껴졌다. "쑤..욘(수연)...... 후원자님의 이름을 여러 번 되뇌어 봤어요. 누군가를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요, 정말 행복해요." 재씰다의 말이다. 한국에서 날아온 편지는 소녀에게 꿈을 꾸게 해줬다. 후원자의 선물금으로 집을 보수했다. 공부하는데 필요한 학용품과 연로하고 허리가 아픈 할머니를 위해 침대도 마련했다.

"이 아이는 정말 수줍음도 많고 스스로 마음을 닫아 말수도 적었는데... 후원자가 생기고, 월드비전 활동에 참여하면서 많이 변했어요!" 알바니아 월드비전 결연파트직원 미라 씨는 탄복하며 말했다. 여느 리브라즈드 아이들처럼 학교까지는 산을 타고 1시간을 넘게 가야하지만 지난 해 학교에서 우등상인 '최고의 학생' 수상자로 뽑히기도 한 재씰다는 집안의 자랑이다.

절절한 고마움으로 수 놓은 덧버선

"우리 딸의 한국의 후원자님을 떠올리며 밤새며 손으로 뜬 거예요. 꼭 전해주세요. 작은 거라 부끄럽지만요."

인사하고 돌아가려는데 급히 우리를 불러 세운 재씰다의 어머니. 신문지로 돌돌만 포장 안에는 예쁜 문양이 수놓아진 핑크 덧버선이 들어있었다. 감사하고 애틋한 마음이 올올이 박혀 있었다.

보통 체리나무가 아니에요, 희망이 열리거든요."- 월드비전 소득증대사업

겨울마다 밤새 자지 못했던 이유

변화와 희망의 증거는 마르셀(10) 네 집에서도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겨울이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마르셀의 엄마 요다(38) 씨. 나무판자와 돌로 눌러 지탱하는 6.6㎡ 정도의 그들의 비닐집은 비바람을 막지 못했다. 마르셀과 마르셀의 여동생이 혹시 폐렴이라도 걸릴까, 또 연기에 질식하지는 않을까 조바심 나는 엄마는 겨울이면 불을 피운 채 밤을 새웠다고 했다.

모두가 숨죽인 채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요다 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찬장에 고이 넣어두었던 2통의 체리절임을 담뿍 퍼서 내주었다. 냉장고는커녕 부엌조차 없는 집에서는 소중한 양식. 너무 미안해 아이들에게 주라며 극구 사양했지만 꼭 드려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체리절임이 바닥을 보이자 마르셀이 뛰어나갔다. 그리고 수줍은 미소와 내미는 손. 그 안에는 체리가 한가득 있었다.

 

체리나무 심으며 희망도 심어

"그 어떤 밑천도 없던 저희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월드비전이 저희에게 힘을 주기 시작했어요." 답은 바로 '체리'에 있었다.

월드비전이 실시하는 소득증대사업의 도움으로 그들은 집 가까운 터에 체리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마르셀이 특히 좋아하는 체리는 크진 않지만 수익원으로 도움이 되었다. 지난 겨울 유럽에 폭설로 혹한이 찾아왔을 때는 월드비전이 3개월 동안 집세는 물론 전기를 비롯해 담요 등의 물품도 지원해줬다.

비닐 집 옆에는 벽과 지붕까지 올라간 집이 있었다. 마르셀의 새로운 집이다. 그러나 완공까지는 공사가 잠시 중지된 상태다.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건축비 탓이다.  알바니아 월드비전 소득증대사업 담당직원 퍼팀 씨는 "지붕 건축자재 지원에 이어 창문과 문 자재 등 우선 마르셀네가 최소한의 공간이라도 새집을 지어 그곳에서 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낼 방을 그려본다는 마르셀. 집 얘기를 하자 소년이 손을 흔들며 씩 웃었다. 소녀도 따라 했다. 알바니아의 어린 독수리들이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월드비전 '소득증대사업'이란? 월드비전은  아동의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위해 가정과 지역사회의 경제력 향상을 도와 자립할 수 있도록 합니다. 소규모의 재배면적과 기후 변화의 악조건을 고려해서 지역 사회와 농가에서 충분한 먹거리 생산과 농가의 소득증대가 가능하도록 작물과 축산물의 농업생산성을 지속으로 높이고 생산된 농산물들이 가공되어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물을 통해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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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보팀 김효정 / 사진. 홍보팀 윤지영 + 재능나눔 사진작가 유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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