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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 속 이방인 마을, 아무도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

  • 2013.06.05

미얀마 속 이방인 마을, 아무도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 - 소외된 곳에 사랑을 심어온 한국수출입은행
아웅산 수치, 불교와 사원의 나라로만 점철된 이미지의 미얀마에서 이런 장면을 만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양곤에서 미얀마 국내선을 타고 2시간, 이어서 7시간 낡은 차를 타고 200여 개의 산을 넘어 미얀마와 중국 국경 근처 산간마을 코캉(Kokang)에 닿았다. 미얀마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중국에도 끼지 못한 소수민족 샨, 카친족등이 사는 곳. 무관심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아동 3명 중 1명은 영양실조고 식량부족 가구가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월드비전과 함께한 한국 기업의 지속적 관심 덕분이다.

코캉, 미얀마 속 또 다른 갇힌 세계

만약 그림으로 이곳을 표현한다면, 푸른 물감을 가득 풀어 농담(濃淡)에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맥과 안개를 수놓는 동양화 외에는 그 절경을 표현할 수 없으리라. 미지의 세계 같다. 미얀마 자체가 군사정부로 수년간 가려져 있던 곳이긴 했지만, 코캉 지역은 미얀마 내에서도 오지다. 2009년 군사정권 미얀마 정부군 준타(Junta)와 코캉족 무장반군과의 교전으로 언론에 단신으로 등장한 것 외에는 인터넷 상에서 정보를 접하기도 어렵다. 전기와 수도는 들어오지 않고, 대부분 자급자족에 의존하는 이들은 하루 1-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미얀마 내에서도 소수민족인 이들은 뿌리가 중국이기에 윈난성 중국 방언을 쓰며, 미얀마 글씨가 아닌 한자를 쓴다. 문화 역시 중국 문화를 지키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얀마와 중국 그 어느 곳에도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제대로 된 인프라가 있을 리 없다. 이때문에 극심한 가난과 식량부족에 허덕여왔다. NGO들이 들어오기도 쉽지 않다.

"이 곳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모니터링하는 일 자체가 직원들에게 큰 도전이에요. 산을 타고, 우기에는 진탕이 된 길을 기다시피 다녀야 하니까요." 같이 동행한 미얀마월드비전 WFP프로젝트 매니저 미얏모는 이 말을 하더니 필수품이라며 차 앞좌석에서 중국제 붙이는 멀미약을 건넸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원해서 세운 코캉초등학교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길이 닦이고 식수와 수로시설도 생기면서 코캉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을 뜨러 온 마을 주민이 월드비전 코캉지역 매니저와 대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후원과 관심이 합쳐지면

직선도로가 하나도 없는 꼬부랑길을 차가 용케 올라간다. 산으로만 이어진 이 지역에 놀랍게도 큰 차 한 대가 다닐 만한 길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곳에 운하가 들어서 있고, 사람들은 그 운하를 따라 논과 밭을 일구고 있었다. 지독한 멀미 속에서 멀리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이런 곳에 길이 있고 차가 들어올 수 있지? 어떻게 여기 학교가 있지?"하고 감탄하고 있을 때 한국수출입은행(Korea Exim Bank)과 월드비전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2007년부터 월드비전은 이곳에 세계식량기구(World Food Program) 협력식량지원 사업을 연계해 긴급구호 및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WFP로부터 식량을 기증받아 식량물자를 배분하고 관리한다. 주목할 점은 단지 긴급 구호식량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계사업을 통해 지역도 성장하고 지역주민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 이 식량지원은 노동창출, 학교 건축 및 교육지원, 지역주민 역량강화, 기술 훈련, 재난 위험 감소 훈련 등과 연계돼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코캉지역은 해마다 만 여명의 사람이 식량도 얻고, 아이들도 교육하고, 일자리도 잡는 등 시너지 개발 혜택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원마련에 한국수출입은행은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왔다. 직접 찾은 코캉 지역은 변화를 향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다 함께 힘을 합쳐 닦은 길,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한 지역의 변화는 개인의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가장인 빵라오 건 씨는 모든 것이 모여서 큰 효과를 내더라고요. 스스로 참여하니까 소중함도 더 느끼고요라며 가족에게 일어난 변화를 들려줬다. 특히 아이들의 삶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소외된 이곳에 도로나 시설이 들어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길이 생기니 물을 끌어오고, 수로를 건설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예전에는 길이 여의치 않아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일조차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길로 매일 학교에 간다.
FFW (Food For Work 식량활용 노동창출사업) 식량을 활용한 노동창출사업은 지역사회개발에 필요한 도로 건설 및 보수, 학교 보수, 식수시설재건 등과 같은 활동에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민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의견을 내서 필요한 사회인프라를 만든다. 이 활동에 참여한 주민에게 식량을 지원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쌀이 생기냐고 반문했는데, 정말이었어요.
식량부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가장 큰 일인 코캉지역에서 아이들은 집안의 중요한 노동력이다. 코캉으로 들어오며 길에서 마주친 일꾼이나 짐꾼도 절반은 아이들이었다. 학교에 다닌다 해도, 농사일이 우선이기에 출석율도 낮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사업 대상이 되는 학교에서 출석률이 90% 이상 되는 학생의 집에 식량을 지원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식량사업도 해결하기 위한 예방책이다. 아이들을 공부시키면 식량을 준다니 주민은 열광했다. 이 마을의 경우 학교에 다니는 비율이 40% 정도로 예년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한국 기준으로는 여전히 낮은 비율이지만 마을에서는 큰 변화 중 하나다.

학생들의 글을 깨우치는 일에 동참하게 되어서 기뻐요.

"쉬에시 헌콰이러(배우는 것은 매우 즐겁다)~" 100여 명이 빼곡히 찬 교실에서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글과 노래를 배우고 있었다. 조는 아이는 하나도 없고, 눈빛은 강렬했다. 파마차(Fa Ma Cha) 학교 건물 앞에  한국수출입은행 은색 현판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미얀마월드비전 WFP프로젝트 매니저 미얏모는 "학교 건물들이 이렇게 깨끗하게 들어서서 아이들의 공간이 생겼지요. 아이들이 공부하려고 애쓰는 걸 보세요."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특히 앞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앳된 얼굴의 선생님에게 눈길이 갔다. 늘어진 티셔츠에 끈이 마모된 슬리퍼를 신은 그의 모습은  소설<상록수>에서 농촌계몽운동을 펼치며 아이들을 가르치던 채영신을 떠올리게 했다. 화려한 수업기자재는 없지만, 아이들과 열심히 글을 읽는 취잉주앙. 이 지역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 이후, 2년 교사연수를 끝내고돌아와 아이들에게 국어(중국어), 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의 교사 시스템과 달리 이곳에서 중학교는 대학처럼 고등교육에 속하기에 교단에 설수 있다. 그는 7년 째 이어진 월드비전 프로젝트의 수혜자로 한국수출입은행과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아 공부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취앙주앙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코캉 지역에서 적절한 선생님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요.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아는 사람들 중에선 교육을 받은 이가 없고, 코캉 지역의 시골학교에 오려고 하는 선생님이나 봉사자도 없어요." 미얀마월드비전 WFP프로젝트 매니저 미얏모는 이 지역의 인력 부족을 큰 문제로 꼽았다. 지금 교육받는 학생들을 인재로 길러내고 또 취잉주앙처럼 사회에 공헌하도록 이끌려면 이 문제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 곳 성인 90% 이상은 문맹이에요. 제가 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어서 기뻐요. 이제 표지판도 읽고 물건을 사기도 편해지겠지요." 취잉주앙은 그의 역량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본인이 잘 배워서 그 지식을 잘 가르쳐주는 게 그의 또 다른 목표다. 언젠가 도시에서 영어를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는 말을 하며 그는 무릎위에 놓은 때가 묻은 까만 수첩을 만지작거렸다. 수업노트라 했다. 그 위에 하얀 분필가루가 잔뜩 묻어났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찌요!(힘내, 파이팅)"

학생들의 글을 깨우치는 일에 동참하게 되어서 기뻐요.

"일회성 후원보다는 장기적이고 참여하는 나눔을 실천하는 게 저희 CSR의 방향입니다." 가장 궁금했던 ‘장기적 후원의 이유’에 그는 한국수출입은행은 ''진정한 변화''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월드비전과 WFP 식량사업을 6년 째 이어온 것도 그 이유다. "한 번 식량 주는 것으로 끊어버리면 진정한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물고기를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추구하는 월드비전의 방향과 저희가 잘 맞은 거라 볼 수 있겠지요. 물론 기업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활동을 알리는 일은 중요하겠지요. CSR 분야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한국수출입은행이 추구하는 진정한 CSR의 본질은 ''홍보''가 아니라 ''사회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일''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사회공헌팀 박성호 차장

[월드비전지 5+6월호 수록]
글. 김효정 홍보팀 / 사진. 윤지영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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