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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장 취악한 아동·가정·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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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장 취악한 아동·가정·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희망사업장

전 세계의 생생한 사업현장.
오늘도 우리는 그 곳에 희망을 심습니다.
  • [인도] 군들루펫에서 보낸 며칠

  • 2008.02.14

# 1. 학가달라 마을 풍경 

잠깐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다름 아닌 ‘소’였다. 잠깐, 외양간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다. 방이었다.
‘방’ 바닥에는 아직 온기 가득한 소의 오줌이 흥건하다. 녀석이 저지른 큰일(?)을 치운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아마 손님맞이를 한다고 금세 치웠던 모양이다). 우리로 치면 네댓 평 남짓한 집이다. 방은 하나이며, 그 방이 부엌이자 침실이며, 외양간이다. 

눈치 없는 눈물이 자꾸 스멀거린다. 

현지 직원에게 물었다.
“왜 이 여인은 소와 한 방에서 같이 자는 거죠?”
옆에 있던 여인이 눈치 챘다는 듯이 환히 웃으며 대답한다.
“이 소가 나의 전부예요.”
“다른 가족이 있나요?”
“남편과 다섯 아이가 있어요.”

순간 내 상상력이 발동했다.
너무나 열악한 이 작은 방구석, 아궁이 옆에 나란히 누워 칼잠을 자는 7명의 모습...
사업장파악은커녕, 불거진 눈시울에 괜히 천장만 쳐다본다.  



내 사정을 알아챘는지 배려 깊은 여인이 환한 웃음으로 화답해준다. 살림살이라곤 식기 몇 개가 전부인데, 자꾸 뭘 내온다. 어느새 락기(박하맛 나는 작은 곡물) 한 움큼을 또 손에 쥐어준다. 그러면서 또 환히 웃는다.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단다. 

이웃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집에 식구들이 보통 7~8명은 산다. 방문 할 때마다 신발을 벗긴 했지만, 사실상 신발을 벗을 필요는 없었다. 집 안 역시 흙바닥이기 때문이다. 신을 벗는 것은 그저 최소한의 예의. 내 신발의 먼지가 집안에 묻을까. 라기 보다는, 혹시 그들의 자존심에 흙먼지를 묻히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2. 한 시간 만에 뛰어넘은 60년

노인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려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의 TV에서는 CNN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한국종합주가지수)도 나온다. 시원한 얼음을 탄 펩시콜라도 있다. 물리적 거리는 한 시간 남짓하지만, 이 한 시간의 거리를 두고 약 60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난 이 길을 ‘마법의 도로’라고 부르기로 했다. 매일 아침마다 마법의 도로를 건너 과거로 떠났고, 다시 그 길을 건너 현대로 돌아왔다.

# 3. 희망을 보여준 마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집도, 화장실도, 식수도, 학교도. 무엇보다 아이들과 사람들의 얼굴이 ‘학가달라 마을’과는 완전히 딴 판이다. 이곳은 월드비전 사업이 10년 동안 진행된 ‘마구비나 할리 마을’이다. 이곳에선 물이 철철 넘치고, 여인들의 눈에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가는 곳곳 마다 위생화장실, 식수 펌프, 배수로가 설치돼있다. 아이들은 깨끗한 교복을 입고 있고, 학교에는 산짐승의 침입을 막기 위한 담벼락이 설치돼있다. 월드비전의 도움의 흔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설치와 공사는 전적으로 주민들의 몫이었다. 월드비전은 건축자재를 지원하고 건축법을 교육한다. 나머지는 주민들이 스스로 하도록 돕는다. 주민들이 직접 건축에 참여하다보니, 주인의식 또한 높았다. 그리고 공사에 참여한 모든 주민들이 받은 급여의 일부를 마을 개발을 위해 다시 기부했단다. 나눔의 정신이 활짝 핀 살아있는 공동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여인이 나에게 감사인사를 해왔다. 예전에는 암흑 속에 살았지만, 월드비전을 만난 후부터는 희망의 빛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어제 만난 소와 함께 사는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언제쯤 추억을 회상하듯, 암흑 속에 ‘살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의 마을에는 언제쯤 배수로가 깔리고, 식수 펌프와 위생화장실이 들어설까. 골똘한 생각에 잠긴 사이 나는 또다시 마법의 도로에 들어섰다. 그녀와 학가달라 마을 생각이 채 끝나지 않은 찰나, 마법의 도로는 다시 나를 현대의 공간으로 인도했다. 

지금 나는 나의 자리로 돌아와 있다. 그러나 밥을 먹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생각한다.
‘과연 그녀는 언제쯤 외양간에서 소를 키울 수 있을까.’   





※ 군들루펫 사업장은 1995년부터 월드비전 인도가 자체적으로 모금한 기금을 통해 사업을 시작해왔으며, 월드비전 한국은 2007년부터 사업에 동참했습니다. 이제 한국 후원자들의 사랑이 군들루펫 내에서도 소외받은 지역 곳곳에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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