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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장 취악한 아동·가정·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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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내리는 고비 사막, 그리고 몽골 사람들

  • 2007.11.12

몽골 사람들의 첫인상은 무뚝뚝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두 볼은 발그레하고, 약간 그을린 얼굴엔 별 표정이 없다. 그러나 눈을 마주치며 “센베노!”(몽골어로 ‘안녕하세요!’)하고 큰소리로 인사하면 그 무뚝뚝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천천히 번진다. 내가 몽골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웃음 때문이다. 아이들의 해맑고 티 없는 웃음도 사랑스럽지만, 어른들의 얼굴에 주름이 잡혀가며 번지는 미소는 몽골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다. 너무 큰 나라고 또 추워서 삭막할 것만 같았는데, 한발 다가서서 손을 내밀면 투박하고 커다란 손으로 마주잡아주는 나라가 바로 몽골이다.


이번에는 4박 5일의 일정으로 고비알타이 지역과 호브트 지역을 방문하고 왔다. 고비알타이 지역은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이망(Aimag; 몽골의 행정체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아이망, 아이망 아래 소움(Soum), 소움 아래 박(Bag)으로 구성되어 있다.)으로 몽골에서 두 번째로 큰 아이망이다. 이 지역은 18개 솜(Soum)과 2개 마을(Village)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구는 63,578명(15,473 가구)이다.


고비알타이 지역은 2007년도에 처음으로 월드비전 한국의 지원으로 사업장이 건설되었으며, 현재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에 월드비전을 소개하고,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장점은 활용하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 5월, 고비알타이 지역의 바로 옆인 바얀혼거르 지역과 아르항가이 지역을 차로 이동하며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열악한 도로 사정과 장시간의 여행으로 엄청 고생을 했었다. 차량으로 울란바토르에서 고비알타이로 이동하는 경우 약 이틀하고도 반나절이나 소요된다. 대신 울란바토르와 고비알타이를 주 2회 운행하는 비행기가 있는데 정원은 40명 남짓으로 약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처음에는 5박 6일의 일정으로 고비알타이 지역과 호브트 지역을 방문하고자 했으나, 고비알타이 지역에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려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었다. 비행기를 타고자 옷이며 책이며 세면도구를 넣은 짐까지 다 붙이고 노트북을 넣은 배낭 하나만 달랑 맸다. 무려 4시간을 칭기스칸 공항에서 기다렸다. 너무나 다행히 다음날 아침 비행기 출발시간이 잡혔다.

사막 한 가운데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 고비알타이 지역은 모래로 가득한 사막지역이 끊임없이 펼쳐지리라는 상상을 했던 터라 눈이 내리는 고비알타이 지역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칭기스칸 공항을 출발하여 2시간 넘게 프로펠러의 두두두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고비알타이는 무척 추웠다. 영하 17도. 일정이 늦어진 터라 부랴부랴 월드비전 고비알타이 사업장(ADP) 사무실로 가서 회의부터 시작했다.


월드비전 고비알타이 ADP에는 ADP Manager를 포함하여 총 5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올해 처음 생긴 사업장이라 직원이 많지 않았지만, 변화를 가져오는 개발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전조사 작업을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고비알타이 지역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 전기도 잘 끊기고 건물도 별로 없다. 하물며 식당조차 문을 잘 열지 않고, 외부인의 방문도 거의 없는 지역이다. 또한 이 지역은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기에 물가도 비싸다. 대부분의 물건이 수입에 의존하는 몽골에서는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는 운송비용이 추가로 들어 수도인 울란바토르보다 모든 것이 더 비싸다. 고비알타이는 몽골에서 두 번째로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고립된 지역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식수도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물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수질이 나빠 그냥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충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이 역시 물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목민들은 올해 겨울이 무척 추울 것으로 예상하며, 가축들이 얼어 죽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2002~2003년에 발생했던 쪼드와 같은 냉해가 또 발생하면 유목민들의 경우 전 재산인 가축을 잃게 된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가축값 역시 급격히 떨어졌고, 생필품의 물가는 올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재 고비알타이 지역에는 한국 후원자들이 돕고 있는 약 500여 명의 결연아동이 있다. 그 중 한 결연아동, 친바트 바트줄의 가정을 방문했다.

뇌성마비(의사로부터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병명은 확실하지 않았다. 몽골의 의료상황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열악하기 때문에 의사에 따라서 질병에 대한 진단이 달라진다)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밝은 아동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몸을 가눌 수 없어 휠체어에 앉아 있기만 해야 하는 아동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으로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모가 관심을 갖지 않는 장애아동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을까? 오빠들과 장난을 치며 웃는 친바트, 앞으로 친바트에게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500명의 결연아동 중 7명이 장애아동이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장애아동의 수가 많고, 특히 정신장애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망 센터의 한 보건소를 방문했다. 2명의 의사와 3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었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담당 지역의 지도를 직접 손으로 그려 질병을 가진 사람이나 임산부/출산부 등을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장애나 질병을 가진 지역사회주민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여 가가호호 방문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선생님의 열의와 달리 보건소의 모습은 단촐했다. 기본적인 의료도구와 임산부가 검사를 받는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검사실에서 몽골의 열악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영하 40~5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겨울이 몇 개월이나 지속되는 몽골에서 호흡기질환은 빈번한 질병이고, 양고기와 밀가루(또는 쌀)를 주식으로 삼는 몽골인의 식습관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몽골의 환경문제로 사막화가 점차 확대되면서 식수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오염된 식수로 인한 질병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 외에 간염, STD(성병), 빈혈 등이 심각한 의료적 문제이다. 

몽골의 고비알타이 지역에 필요한 것은 의료기구와 치료약, 보건/의료 종사자에 대한 훈련, 보건/의료 종사자에 대한 인력확보, 장애아동에 대한 서비스(재활치료, 탁아 등) 등이다.


다음날 아침, 서둘러서 숙소를 출발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7시. 고비알타이에서 호브트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6~7시간이라고 하지만, 눈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되어 가능한 일찍 출발했다.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초원을 차로 달리면 창밖으로 펼쳐질 풍경이 단조로울 것 같지만 항상 다르다. 멀리 산이 보이고,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가 간간히 보인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 양, 염소와 말을 탄 유목민과 마주치게 된다.

길을 가다 한 유목민의 집에 들러 보타테쉐르(양고기를 삶아낸 국물에 양고기와 쌀을 넣어 끓인 음식)를 얻어먹었다. 유목민들은 정이 많다.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집에 들른 손님을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고 날씨를 말하고는, 그릇 하나 가득 수테체(소, 양 또는 염소의 젖으로 만든 몽골의 전통차)를 내온다. “조흥, 조흥(조금, 조금만요)”을 외쳐도 언제나 넉넉하게 한 그릇을 가득 부어 내준다. 없는 살림에도 수테체와 함께 먹을 과자며 유제품을 가만히 내 앞으로 밀어 내놓는다. 약간은 짭짤하면서 뜨끈한 수테체와 게르 안에서의 따뜻한 휴식은 추운 날씨에 얼은 몸을 녹이기에는 아주 그만이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이 온기는 몽골 사람들의 소박한 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0시간이 걸려 도착한 호브트, 고비알타이와 1시간의 시간차이가 난다. 같은 나라에서도 시차가 있다니, 새삼 몽골이라는 나라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호브트, 서쪽 지방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이 도시는 고비알타이와는 딴판이다. 비교적 발달되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황량한 느낌을 준다. 호브트 지역은 17개의 soum으로 구성되어 있고, 92,395명(19,873가구)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호브트 사업장(ADP)에는 ADP Manager를 포함하여 총 4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고비알타이 ADP와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생긴 사업장이라 직원이 많지 않았고,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전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호브트 지역 역시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기 때문에 운송비가 많이 들어 모든 물가가 비싸다. 500ml 물 한 병의 경우, 울란바토르에서 310투그릭(약 300원)에 사서 마셨는데, 여기에서는 거의 380투그릭이다.3) 겨울은 몽골 사람들에게 그리 녹록한 계절이 아니다. 일거리가 없고 가축도 얼어 죽을 수 있으며, 연료로도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한다.

호브트 지역주민 중 절반 정도가 유목 생활을 하고 있다. 고비알타이와 마찬가지로 Aimag Center 또는 Soum Center에 거주하는 지역사회주민은 일거리가 없어서 더욱 가난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대부분 학교는 Aimag Center 혹은 Soum Center에 위치하고 있는데 유목민의 자녀들을 위해 또 멀리 떨어져서 거주하는 지역사회주민의 자녀들을 위해 기숙사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숙시설은 수용인원이 적고, 설비가 매우 낙후되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취학전 교육의 경우,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동 중 30%만이 유치원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호브트 지역의 유일한 장애아동 시설을 방문했다. 호브트 중심지역의 병원에 위치한 장애아동 시설은 몽골 시골지역의 장애아동에 대한 서비스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호브트 Aimag Center에만 약 100여 명의 장애아동이 있고, 호브트 지역에 200여 명이 넘는 장애아동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호브트 전 지역을 통틀어 장애아동과 관련된 시설은 지역병원 시설 내 그것도 방 한 칸이 전부였다. 이 시설을 통해 매일 장애아동 8명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시설 내의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시설 수용인원이 워낙 적은 터라 8명이 2주 동안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2주 후 다른 아동 8명이 서비스를 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빈곤문제에 있어서 아동은 취약한 집단이다. 그 중 장애를 가진 아동은 더욱 더 취약하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이어 방문한 유치원. 2세 미만의 아이들 60여 명이 유치원에서 2명의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일 수록 어른의 손길을 더욱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공간도, 깨끗한 화장실도, 가지고 놀 장난감도, 선생님도 부족하다.


   

 흔히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하지 않는가. 미래를 위한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몽골의 교육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각 지역마다 교육시설은 있다. 하지만 소비에트의 지원이 끊긴 후, 이에 대한 재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도 낙후된 데다가 기자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수도로부터 먼 외진 지역에서는 훈련받은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며, 교사의 역량 또한 떨어진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시설의 개보수/증축, 기숙사의 개보수/증축, 학습기자재, 교사의 역량강화, 교사의 인원보충 등이다.


고비알타이와 호브트 지역에서 월드비전은 지역사회와 함께 이러한 문제점들, 그리고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파악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앞으로 약 15년간 지역사회의 개발을 위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사업들을 진행해나갈지 지역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진행해 나갈 것이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비록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주민 스스로가 문제점에 대해서 파악, 해결책을 모색하며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월드비전 또는 외부의 지원이 없이도 자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비알타이 지역과 호브트 지역은 몽골에서도 외진 시골지역이다. 이 곳에는 우리와 무척 닮은 모습을 한, 우리가 겪었던 가난한 시절과 비슷한 시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몽골에서 만난 어린이들, 그리고 사람들. 동그란 빨간 볼과 투명한 눈망울을 가진 몽골사람들. 이들은 바로 우리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그리고 함께 살아갈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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