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업장

전 세계의 생생한 사업현장.
오늘도 우리는 그 곳에 희망을 심습니다.

  • [스리랑카] 월드비전 스리랑카 파견기

  • 2004.09.01



 

처음에는 전혀 색다른 환경, 문화, 언어 등에 적응하고 현지 직원들과 화합하기 위해 적응하느라 애먹었던 시간들이었다. 연중 30도가 넘는 기온, 80-90%에 달하는 습도. 더군다나 무더운 열대기후의 영향으로 느리게 사는 것에 익숙해 있고, 오랜(약 450년) 식민 경험으로 거짓말이나 핑계에 익숙해 있는 주민들과 화합하기란, 더군다나 사랑으로 대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은 날들이었다.

 


 

처음 마을에 들어갔을 때 생활할 방을 처음 구할 때의 일이다. 화장실이 고장난 방이었는데 3일 내에 고쳐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들어갔지만 아무런 변화는 없고 한달내내 화장실과 욕실 없는 생활을 해야 했다. 참다참다 항의를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나가 달라는 통첩뿐이었다.
두 번째 얻은 방 역시 물사정이 좋지 않아 일주일에 2-3일은 물없이 생활해야 했다. 하루 종일 흠뻑 땀을 흘리며 현장을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와 수도꼭지를 열었을 때 ‘칙...’하는 기압 소리만 들릴 때의 참담함은 아직도 생생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집에 1년 가까이 살아야 했고 그러한 환경에 익숙해 져서 이제는 더운 여름에 씻지 않고 자는 일에는 자신이 생긴 것도 같다.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세바나갈라 지역은 스리랑카 내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자 비가 오지 않는 건조지역으로 유명하다. 섬머아일랜드라는 사업명도 무덥고 아주 외진 섬같은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월드비전이 처음 사업(섬머아일랜드 지역개발사업 )을 시작할 무렵, 마을 주민들에게서 미래나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20여 년 전 정부의 주민 이주정책에 따라 당시 밀림이던 땅을 무상으로 불하하면서 생겨난 마을이라 초기에 주민들은 화전을 쳐서 밭을 일구었고 지금도 일부 경작지를 소유하지 못한 주민들은 화전을 치고 있기도 하다.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만성적인 가뭄으로 인해 한숨만을 내쉬며 무기력한 삶을 살아야하는 이들은 한때 세계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7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분명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마을에 도로도 생기고 식수시설, 농업용수로, 학교, 유치원 등 많은 시설이 늘어났고 개발도 되었지만 그 보다 더욱 의미 있는 성과는 스스로 변화와 개발의 필요를 절감하며 자생하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업 첫해에 지역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부터 주민들과 지역 정부 월드비전과 함께 참여하였다. 지역 스스로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조사에 따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입안하고 사업을 실시하고 평가하는 전 과정에서 주민들은 이전의 소외가 아닌 주인으로서 참여하면서 그들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으로 서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업초기에 조직된 주민 대표회가 이제는 어느 정도 지역개발에 노하우를 갖게 되어 사업을 계획하는 데 상당히 건설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말‘ 아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주인의식을 깨닫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이상 자신들만의 힘으로 지역을 개발해 나갈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2004년도 사업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주민대표회와 연례적인 회의를 가졌다. 주민들이 자체회의를 거쳐서 내놓는 계획들은 이미 단순한 생계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들이었다.

일례로 마을 도서관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스리랑카는 전통적으로 카스트제도가 이미 사실상 철폐되었지만 이것이 근래에 와서는 경제적인 계층에 따라 여전히 신분이동이 매우 어려운 현대판 카스트제도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의 신분상승이 가능한 유일한 통로는 교육이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공립학교의 수준이 낮은 편이어서 학교수업 만으로는 이 시험에 합격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서 전국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과외로 학원수강을 하고 있다. 문제는 세바나갈라처럼 오지이거나 사정이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은 정규 학교과정도 다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또 지역적인 고립으로 학원 강의라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강사를 초빙해서 수강도 하고 아이들의 면학분위기도 조성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자신들은 여전히 어렵지만 자식들만은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도시에서 온 도매상들에게 헐값에 농산물을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에 자치적으로 판매조합을 설립하여 주민들이 실제로 이익을 얻고 생활수준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였다.

 

 



 

섬머아일랜드 지역개발사업은 이제 전 사업과정의 반환점을 막 돌아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7년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주인의식과 의지가 형성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남은 7-8년은 월드비전이 사업을 종결한 후에도 지역 스스로 지속적인 지역개발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운영능력을 구체적으로 습득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지난 3월 마을 사람들은 이제 파견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떠나기 전에 반드시 마을잔치를 열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였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정부도 잘 돌보지 않는 오지 마을을 외국이 돕고 있다는, 평생 처음 보는 외국인이 함께 자신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라고 한다. ‘축복의 통로’가 되어보겠다고 용기와 의지하나로 무모하게 뛰어들었던 스리랑카 파견. 하지만 어쩌면 알지도 못하는 한국 후원자들이 자신의 국가도 신경쓰지 않는 자신들을 도우려 한다는 선한 의지 자체, 우리가 단순히 물질적 지원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동역자로서 여러분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한다는 자체가 축복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축복이 자그마한 사랑의 씨앗이,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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