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업장

전 세계의 생생한 사업현장.
오늘도 우리는 그 곳에 희망을 심습니다.

  • Where are you going? This is Sri Lanka.

  • 2002.09.30



홍차와 보석, 코끼리의 나라, 과거 실론(Cylon)이라고 불리던 스리랑카 는 인도 남동단에 있는 눈물방울 모양 의 섬나라이다. 지난 8월 25일, 꼬박 하루가 걸린 장시간의 비행여행에 지쳐 정신없이 잠을 자던 나는 갑자기 웅성되는 사람 들 소리에 눈을 떴다. 비행기 안은 자주색 유니폼을 입은 10대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우리 일행을 쳐다보며 서로 얘기 를 나누는 듯 했다. 그때 한 아이가 용기를 내어 우리에게 오더니, “Where are you going? This is Sri Lanka.(어디로 가세 요? 여기는 스리랑카인데...")하며 낯선 동양 여자 두 명이 스 리랑카를 방문하는 게 신기한 듯 물어 보았다. 우리가 스리랑카를 방문한다고 하자 그들은 이내 밝은 웃음을 지으며, ”Have a good time in Sri Lanka(좋은 시간 보내 세요)"하며 손을 흔들어준다. 낯선 사람들이지만 자신들 나라에 방 문한 손님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마음이 왠지 순수해 보였다.

월드비전이 운영하고 있는 섬머 아일랜드 사업장을 가기 위해 콜롬보에서 약 5시간정도 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 이 고개 를 넘어 가는 길이라 구불구불하고, 도로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멀미가 심하게 날 정도였다.

중간 중간 푸른 잎이 무성한 바나나 농장들과 보석 채취를 하고 있는 커다란 기계들이 눈에 들어온 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마을처럼 보이는 이 지역들이 오랜 기간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니 실감이 잘 안되 었 다.

사업장 마을에 도착하니 좀 전에 보던 푸른 논밭은 온데간데없고, 무성한 잡초만이 가득한 메마른 땅 들뿐이다. 이 땅들이 이곳 주민들의 생활 수단인 농지라니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사업장 직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그게 다 농업용수 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한다. 주위에 물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역은 한 여름 논밭처럼 온통 푸르지만, 섬머 아일랜드처럼 물 이 귀 한 지역은 마치 오랫동안 버려진 불모의 땅처럼 메말라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정부의 관심에서도 멀리 떨어진 벽촌이다.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주민의 평균 소득이 스리랑카 국민의 최저빈곤선인 한 달에 30,000원에도 못 미치는 23,000원으로 스리랑카의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 람 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섬머 아일랜드 사업장이 위치한 세바나 갈라 지역을 포함해 스리랑카의 남부 지방은 심각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2001년에 들어서면서부 터 남 부지방의 가뭄은 더욱 심각해지고, 연중 강수량도 현저히 감소돼 1997년의 경우 몬순 기간동안 250-300mm정도의 강우량 을 기록했지 만, 2001년에는 100mm정도에 불과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세바나갈라 지역은 스리랑카에서 3번째로 기근의 타격을 입 은 지방으로 기록됐다. 특히 75% 이상의 주민들이 강수에 의존하는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부들로 여러 해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 아 그들의 생계에도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세바나갈라 지역의 경우 총 9,000가구 중 약 4,000가구 이상이 가뭄으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해 막막 해 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2001년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식수와 함께 심각한 식량부족에 시달리던 주민들 중 가장 도 움이 절실한 4,000가구를 대상으로 80,000kg (각 가정에 20kg 정도)의 쌀을 배급하였다.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이 지역 주민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 해 진 것은 물이다. 특히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식수 부족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은 물론 생명까지 위 협을 받고 있다.
마을의 우물과 저수지의 물은 거의 말라 버려 주민들은 물을 얻기 위해 평균 1~2km를 걸어가기도 한 다. 집안일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나가는 부모들을 대신해 물을 길어오는 것은 주로 어린 자녀들의 역할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평균 30분 이상 되는 거리를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어 온 다. 월드비전에서 주민들을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는 이미 물이 완전히 말라서 잡초만 무성한 채 그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였다.

 


 

섬머 아일랜드 주민들은 지금 자신들의 생애에 최대의 위 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농부의 자녀로 태어나 중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평생 농사짓는 일만 배운 대부분 의 주민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농사 외에는 다른 일은 생각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가뭄 속에 아주 조금이라도 비가 내리면 주민들은 곧장 자신의 논으로 달려가 씨를 뿌리고, 농작물 이 자라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거의 없고, 비가 내려도 아주 잠깐 소량만 내리기 때문에 농부들은 그저 하늘 만 바라보며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미련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박한 현실 일 것이다. 한 주민은 “내가 18년간 이 마을에 살면서 이렇게 심각한 가뭄은 처음이다. 가뭄이 계속 될수록 내 삶에 대한 위기감 도 커져 가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몇몇 사람들은 어린 자식들의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일일 노동자로 뛰고 있지만 하루 에 3,000원 도 안되는 일당으로 5-6식구를 위한 충분한 음식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렇게 모든 주민들이 물을 금처 럼 여기며 살고 있지만 멀리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내주는 물은 전혀 인색함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따뜻한 홍차와 전 통 과자를 내주는 그들의 인심에 비록 날씨가 덥고 홍차는 뜨거웠지만 그것마저도 남기는 것은 그들에게 죄를 짓는 것 만 같아서 꿀꺽 꿀꺽 마셔버렸다.


 

 

작년에 한창이던 정부와 국제기구들의 지원은 이 나라 정 권이 바뀌면서 중단되었고, 현재는 월드비전만이 유일하게 이 지역에 긴급구호 및 지역개발 사업을 실시 하고 있다.

심각한 식수 문제를 일시라도 해결하기 위해 스리랑카 월드비전은 2001년 12월부터 2002년 5월까지 긴급 구호팀을 결성 5일에 1번씩 2,000L 크기의 물탱크 50개에 식수를 공급하였으나 금년 5월 그나마 식수 공급도 중단되었다.

월드비전은 주민들에게 좀더 영구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마을전체에 식수관을 연결하여 각 가정이 맘껏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대대적인 식수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미 2001년 10월부터 올해 8월초까지 약 1년 간 한국의 지원 으로 넬룸웨와(Nelumwewa) 마을의 140가정에 식수도관을 설치하여 주민들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각 가정에서 식수를 사용 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8월 27일 이 마을의 식수사업 개업식에 참석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물론 지역 유지들까지 모두 참석하여 이젠 맘껏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설레임 에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한국에서는 그 흔한 물이 여기서는 생명수와 같아 주민들이 기뻐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 도 그들과 같아지는 것 같았다. 이 식수 사업은 2003년에도 계속되어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가장 심각한 2개 마을의 약 200가정에 식 수관을 설칠 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19개 마을 전체가 가정에서 식수를 마실 수 있도록 대대적인 식 수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월드비전 해외사업팀 간사 김희주 (heejoo_kim@worldvis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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