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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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티오피아 방문기 : 은혜와 잠재의 땅 이디오피아 II

  • 2002.04.25

은혜와 잠재의 땅 에티오피아

월드비전 충북지부는 3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동양일보사와 함께 <한국전 참전 혈맹 에티오피아에 충북인의 사랑을>캠페인의 일환으로 월드비전 한국이 지원하는 에티오피아 사업장중 올해 새로이 개설되는 노노(Nono) 지역개발사업장을 방문하였다. 이번 방문을 통해 주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돌아보고 올해부 터 2013년까지 12년간 진행될 사업이 어떻게 지역주민 및 지역정부와 함께 문제들을 타개해 갈 것인지 함 께 장기적인 사업에 대해 원대한 꿈을 꾸며 밑그림을 그려가는 사업계획 과정 등을 돌아보았다.


세계 3대 빈국, 대기근, 고원국가, 사회주의국가... 우리의 기억 속에 막연히 자리잡고 있는 에티오피아 에 대한 기억들. 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또한 최대 규모의 군대를 파견 했던 나라라는 점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6,500명이 참전하여 120명이 사망하고 530여 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실종자나 포로가 단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그들은 용맹하게 한국을 위해 싸워주었다. 그들 스스로가 1936년 당시 같은 국제연맹 소속국이었던 이탈리아로부터 침공을 받았을 때, 국제연맹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자국의 이익 앞에 차갑게 등을 돌리는 냉엄한 현실을 경험하며 5년간의 통치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그들이기에 한국전이 발발하자 동병상련의 정으로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한국을 돕기를 자청하였던 것이다.


먼저 고아들을 돕는 사업을 구상하여 당시 미화 25만불을 지원하였으며 유엔의 파병요청을 받고는 의료진을 중심으로 파견하였던 남아공 과 같은 나라들과는 달리 6,500여명 규모의 전투군을 파견하였던 것이다. 또한 셀라시에 황제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였을 정도로 한국과는 깊은 인연이 있으며 한국에게는 커다란 빚을 안겨준 은혜의 나라이지만 이미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에티오피아는 그저 가난한 아프리카의 한 나라일 뿐이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이전 셀라시에 황제 당시 만하더라도 한국을 지원하였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아프리카에서 유럽(이탈리아)을 상대로 끝내 승리를 거두었을 만큼 강성하였으며 5년간 통치를 받았지만 일부지역만 지배를 당하였을 뿐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외세의 통치를 받지 않았고, 또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문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자부심이 상당히 강한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1972년부터 74년까지 3년간의 대기근과 셀라시에 황제의 오랜 독재에 반발한 군사반란에 따른 17년간(1975년-1991년)의 사회 주의 체제, 에리트리아와의 내전 등 오랜 기간 천재와 인재를 겪으면서 에티오피아는 끊임없이 쇠약해져 갔고 종래에 와서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가 되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포장도로를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끝없이 펼쳐 진 초원들 위에 드문드문 놓여진 목가적인 풍경의 초가집들, 아름다운 호수, 야생의 자연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이곳이 세계 3대 빈국인가, 오히려 매연과 거리를 서성대는 수많은 부랑자들, 구걸하는 거리의 아 이들, 쓰러져가는 양철집들로 얼룩진 수도 아디스아바바 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들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4시간여를 달려 비포장 만나 우리를 실은 차량이 꾸불꾸불 비포장 산길을 1시간 반 가량 더 지나 도달한 노노지역은 학창시절 여행하며 보았던 목가적인 시골풍경에 대한 인상이 농촌봉사 활동에서 여지없이 깨졌던 기억이 되살아나게 하였다. 11만 여명이 사는 지역에 전기나 전화, 수도는커녕 우물하나 제대로 없어 멀게는 한두 시간 걸리는 냇가나 강가에서 물을 떠다 먹어야 하고 이물로 인해 설사, 말라리아 등 질병에 걸리기가 십상이어서 심지어는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마을에는 학교가 하나 있었지만 나무를 잘라 만든 책 걸상, 그것도 낡고 부서졌고, 그나마도 시설이 부족해 이 마을의 6천 여명의 취학적령기의 아동들 중 1천 명 정도만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 학교에 보낼 여유도 없고 들에 나가 농사일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정부의 예산부족으로 교사 급여 외에는 지원이 끊긴 적이 오래지만 교사들이 만들었다는 어설픈 농구대를 바라보며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흙으로 만들어 우기만 되면 무너지는 교실을 보수하고 울타리도 만들고 운동장도 닦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코끝마저 찡해왔다.


작년에 우기때 비가 많이 와줘서 올해는 하루 두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몇 년 전 만해도 기근이 들면 굶어 죽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그야말로 전통적 형태의 가축에 의존하는 농사를 주업으로 하고 있어 생산성이 낮고 기후나 환경에 아무런 대책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속에서 우리는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지역은 무엇보다 물자원이 풍부하여 관개시설을 확충하면 생산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고 우물이나 식수펌프를 늘리면 상당 부분 질병 발생율을 낮출 수 있다. 지반이 연약하여 우기 때 토양이 침식되는 단점만 보완한다면 토질이 매우 비옥해 가뭄과 고지대에 잘 견디는 종자를 보급하고 농사기술 및 비료, 농기구 등의 신기술의 농자재를 보급한다면 이 지역의 근본적인 식량부족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환금작물을 보급하여 생산하고 지역 내에 시장을 형성한다면 상당정도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설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풍부하여 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치어 공동노 동을 제공하고 월드비전 및 지역정부가 기술을 지원한다면 부족한 교육시설과 보건시설 등의 시설들을 건 설할 수 있어 상당부분 사회적 서비스 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 의 노력으로 학교시설을 보수하고 확충했던 예에서 보았듯이 주민들의 개발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이 지역 의 밝은 미래를 꿈꿔볼 수 있게 한다. 지역정부 역시 부족한 재원과 노하우의 부재로 어려워하고 있지만 스스로 월드비전으로부터 기술 및 개발정책에 대한 교육을 요청할 만큼 의지를 가지고 있어 사업기간 동안 부족한 기술과 프로그램, 재원 등을 제공하고 함께 공동의 노력으로 지역을 개발한다면 지역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고 이후에는 지역 정부와 주민들이 스스로 지속적인 개발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자존심이 강한 민족은 결코 멸망하지 않고 언젠가는 번영하게 된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문자를 가지고 있고 유럽을 물리쳐봤으며 외세의 지배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자부할 만큼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기아선상을 허덕이는 어려움 속에서도 강한 자부심을 지켜가고 있다.


우리민족 역시 강력한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치욕적인 지배를 딛고 일어섰다. 하지만 우리가 어려울 때 우리가 재건할 수 있도록 도왔던 외부로부터의 자그마한 손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결코 은혜를 모르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의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또한 그들이 겪었던 전철을 우리가 밟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를 도왔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이디오피아 국민들이 그들의 자존심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십시일반으로 도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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