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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비야 칼럼] 그 석달간 국제사회는 무얼 했나

  • 2006-08-04

 

출처 : 한겨레신문 (2004년 6월 10일)

지난 주, 우리 사무실에 귀한 손님이 오셨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온 월드비전 코피 회장인데, 10년 전 피비린내 나는 민간인 대학살의 목격자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르완다 민간인 대학살은 1994년 4월6일부터 11일까지 단 사흘 동안에 2만 명이 살해된 것을 비롯해, 석달 동안 전 인구의 10분의 1인 무려 80만 명이 무참히 죽임을 당한 사건이다.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후투족은 투치족을 모두 없애지 않으면 그들 역시 대통령처럼 죽임을 당할 거라는 생각으로, 반대로 투치족은 이런 후투족을 모두 없애지 않으면 자기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믿었다고 한다.

코피 회장이 직접 목격한 일이다. 후투족이 마을로 몰려온다는 소문을 들은 투치족 마을 주민들은 가장 안전한 곳인 성당으로 모여들었단다. 발 디딜 틈도 없이 3천명 이상 모여 있는 성당으로 한밤중 후투족이 들이닥쳐 삽이나 곡괭이 등 농기구로 모인 사람들을 모두 죽였단다. 이틀 후 코피 회장이 성당에 갔을 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시체더미 안에서 머리가 반쯤 깨진 어린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나왔단다. 그날 밤 성당대학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다른 곳에서는 투치족이 후투족에게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은 물론이다. 이 대학살을 비롯해 르완다는 내전 중에 인구 820여 만 명 중 150만 명이 학살되었고, 300만 명이 주변국을 난민으로 떠돌았다. 설상가상으로 주변국 부룬디와 자이르의 내전이 악화되면서, 그곳 르완다 난민을 내쫓기 시작했다. 이 이동과정에서 대량학살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는데 1997년 자이르에서 귀환 중이던 르완다 난민 20만 명이 행방불명되는 사태도 있었다.

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르완다는 극심한 내전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사회 기반이 모두 무너져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가 전체의 64%다. 에이즈 문제도 심각하다. 대학살 당시 자행되었던 강간으로 인해 에이즈와 더불어 가난 때문에 몸을 팔아야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두 종족 간의 용서와 화해라고 한다. 서로 죽고 죽였으니 딱히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평화의 과정이 없으면 미움만 증폭되어 또 언제 또 다른 대량학살을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서로 만나서 상대방도 나만큼의 상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평화 구축 과정의 첫걸음이란다.

그런데 나는 얘기를 듣는 내내 이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대학살이 석달 동안 계속되었다는데 그 석달간 국제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어디서 한명만 죽어도 기본적 인권 운운하며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었을까 뛰어난 첩보력을 가진 선진국에서 정녕 이런 초대량학살의 조짐을 몰랐다는 말인가 알았지만 전략적으로도 중요하지 않고 자원도 없는 나라이니 내 볼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지난 한달간 내 사무실 이메일은 온통 수단 관련 내용이다. 국제본부로부터 받은 수단 긴급 상황보고는 마치 르완다의 악몽을 다시 꾸는 듯하다. 끔찍한 대학살의 조짐이 역력한데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언론은 믿을 수 없이 잠잠하다. 수단은 지난 21년간의 내전으로 이미 200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났다. 특히 지난 15개월간 남부 다푸르 지역에서는 정부군의 지원을 받은 아랍계 무장세력이 흑인 주민 3만명을 죽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잔혹한 ‘인종 청소’가 진행되는 중이다. 르완다 대학살 10주년을 맞아 두번 다시 이런 비인간적인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온 세계가 엄숙히 다짐한 때가 지난 4월이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남부 수단사태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런 ‘엄숙한 다짐’이 너무나 허망하고 초라해 보인다.

나중에, 우리를 비롯한 국제 사회는 뭐라고 할 것인가. 그때 가서 수단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정말 몰랐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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