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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人 상처 보듬는 "바람의 딸"

  • 2006-08-07

 
[중앙일보] 9월 1일자

이라크人 상처 보듬는 "바람의 딸"
구호활동 펴다 일시 귀국한 한비야씨
"평생 한 사람만 살리고 가도 다행인데…수천명 살리는 데 일조, 그것이 내 행복"

오지여행 전문가에서 긴급 구호 전문가로 변신한 한비야(45)씨가 이라크 구호 활동을 벌이다 지난달 28일 일시 귀국했다.

2년 전부터 난민 구호 단체인 월드비전 긴급 구호 팀장을 맡아온 한씨는 지난 6월 14일 출국해 3개월간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 머물면서 이지역 학교에 식수를 공급하는 사업을 맡아 활동해 왔다.

모술 지역 안전 문제로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자치구 내 아르빌. 바그다드와 요르단을 거쳐 이날 아침 귀 국했다는 한씨는 그래도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비결을 물으니 "에너지는 단지에 든 물이 아니라 샘물과 같아 쓰면 쓸수록 새로 샘솟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바람의 딸"에서 긴급 구호 전문가로 변신한지 2년째. 한씨 스스로의 말을 빌 리자면 "이 일에 중독된" 표정 이다. 그는 현장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스 스로 "한비야, 너 정말 이 일이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는 "평생 한 사람만 살리고 가도 다행인데, 수천 수만명을 살리는 데 일조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내면의 대답을 듣는다고 한다.

한씨는 자신이 물을 마시는 걸 보면서 활짝 웃음을 지어 보이는 꼬마를 만나면서, 일과를 마친 뒤 방탄 조끼를 벗고 푸른 티그리스강 속으로 붉은 해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또 이곳에서 전 세계의 위험한 구호 현장을 골라다닌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긴급 구호 전문가로서 쑥쑥 크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전기 사정 때문에 인터넷 연결도 쉽지 않지만 한씨는 하루에도 많게는 50여통의 e-메일을 받는다. 이중 대부분은 "긴급 구호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것들이다. 이런 때면 한씨는 "자기 전문 분야 의 전문가가 돼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2001년 아프가니스탄 구호 때는 영양사가 필요했고, 지난해 남부 아프리카 기근 현장에서는 배분 전문가가 필요했다.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식의 태도나 남의 고통을 나의 경험으로 쌓겠다고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은 오히려 긴급한 상황에서는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긴급 구호 현장은 절대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 생사를 가르는 위험이 도사리는 최전선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경험자답게 차가운 충고도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선 물자를 나눠주던 공터 뒤편이 완전 지뢰밭이었고, 남부 아프리카에선 에이즈로 온몸이 고름덩이인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안기기도 했다. 물론 이라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한씨는 멀지 않은 장래에 많은 한국의 젊은이를 현장에서 만나게 되기를 기대 한다고 했다.

한씨는 다음달 기반 복구.구호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이라크로 돌아갈 계획이다.

윤혜신 기자(hyaes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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