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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일보 2003년 3월 22일자 [마이너리티의 소리 - 한비야 칼럼]

  • 2006-08-07

 

전쟁 직격탄 맞는 아이들


전쟁 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나 달라이 라마가 바그다드 대통령궁 앞에 앉아 있으면 안되나? 그러면 미국이 공습을 못할 텐데. 말로만 평화구축 부르짖지 말고 온몸으로 전쟁을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는 이런 실낱 같은 기대도 사라졌다. 이라크 공습이 시작되면서 구호단체들의 구호전쟁도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의 무기는 식량과 물·의약품이고, 싸워야 할 적은 굶주림·질병, 그리고 무관심이다. 월드비전은 지난 2월 18일 요르단에 사무실을 설치, 긴급구호팀을 이라크 접경지역에 배치해 난민 구호에 총력을 쏟고 있다. 나 역시 56시간 출동 대기조다.

전쟁 최대의 피해자는 군인이 아니다. 아프간 전쟁의 미군 사상자는 5명인데 민간인은 무려 1만3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최첨단 무기로 중무장한 군인들은 죽지 않고, 싸울 무기도 힘도 없는 민간인들의 희생만 막심하다. 특히 어린이와 여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내가 가본 난민촌에서도 80% 이상이 그들이었다.

전쟁이 나면 구호단체는 이 난민들을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유엔난민기구 등은 국경을 넘는 이라크 난민이 60만명, 국내 난민도 2백만명에 이를 것이란다. 어느 기관은 7백50만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난민이 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이런 대량 난민을 구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은 식량문제다. 이라크 인구 2천2백만명 중 1천6백만명이 식량배급에 의존하고 있다. 절반이 어린이고 그 중 1백만명 정도는 이미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고 한다. 구호단체들은 지금처럼 공습이 진행 중일 때는 아무리 많은 식량을 확보해도 소용이 없다. 배급로가 차단되고 배급체계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식수도 문제다. 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도시인구의 50%, 농촌인구의 30%라고 한다. 일상이 이러니 임시 난민촌은 어떻겠는가. 당장 콜레라와 괴질 등 수인성 전염병이 돌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미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며칠만 고열에 설사를 해도 탈수로 목숨을 잃는 것이 난민촌의 실정이다. 아이들, 특히 여자 어린이들을 돌보는 것도 아주 큰 문제다.

난민촌에서는 피란길에 적군과 아군에게 무차별로 집단 성폭행당한 여자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난민에 의한 성폭행도 비일비재하다. 부모가 아파 먼 친척과 함께 피란 나왔던 아프간 여자아이. 수줍게 웃으며 날 따라다니던 이 아이가 어느 날 6명에게 윤간을 당해 이틀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전쟁의 실체는 이런 것이다. 폭탄이나 미사일에 죽는 게 아니라 식량, 깨끗한 물, 돌보는 사람이 없어 수십만명이 생명을 잃는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그랬다. 20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5세 미만의 아이 중 30%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 10㎏도 안 되는 네살배기 사이드. 치료급식소 의사도 생사를 장담하지 못하는 사이드에게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만든 영양죽을 먹였더니 어느 순간 아이가 나와 눈을 맞추며 방긋 웃었다. 아이를 살린 2주일 영양죽 값은 우리 돈으로 1만원이었다.

깨끗한 물이 없어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곳도 난민촌이다. 동아프리카 한 난민촌에서 5세 남짓의 아이들을 만났다. 사진을 찍으려면 혀를 쏙 내미는데 까만 얼굴에 분홍색 혓바닥이 어찌나 귀여운지 "핑크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학교놀이를 하 면서 재미있게 놀던 아이들이 하루 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사인은 더러운 물로 인한 악성설사. 사흘간 토하고 고열을 내더니 숨이 끊어졌다. 8백원, 링거 한병이면 살릴 수 있는 병이었단다. 이렇게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사람이 우리 아들·딸 혹은 조카 또래 아이들이다. 50년 전, 한국전쟁 중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생명의 밧줄을 내려주어야 할 때다. 월드비전(02-784- 2004)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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