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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신문 2003년 3월 17자 〔길라잡이-한비야 칼럼]

  • 2006-08-22

 

받고 싶지 않은 출동명령

56시간 출동대기조! 나는 이라크 전쟁이 벌어져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56시간 안에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물론 전투요원이 아니라 긴급구호팀원이다. 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내가 속한 구호단체의 발걸음도 숨가쁘게 빨라지고 있다. 이름하여 구호전쟁이다.

군인들이 미사일과 생화학무기로 전쟁을 한다면, 우리는 식량과 약품으로 전쟁을 한다. 전투에서는 군인들을 될수록 많이 죽여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많이 살려내야 한다. 미군 및 동맹군이 인접국에 54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면 우리 역시 접경지역에 소수정예 긴급구호팀을 전진 배치해 격전에 대비하고 있다. 나로서는 아프간에 이은 두 번째 전선이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군인들은 별로 죽지 않는다. 최근 어떤 책에서 본 통계로는 1차 세계대전 때 군인 대 민간인의 사망비율이 75대 25. 2차 세계대전 때는 50대 50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2년 유고내전 때는 20대 80에 이르렀고, 아프간 전쟁에서는 미군 사망자는 5명임에 반해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는 무려 1만 3천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전쟁 수행의 주체인 군인은 죽지않고, 싸울 의지도 힘도 없는 민간인의 희생만 하늘을 찌른다. 내가 가본 난민촌에도 80% 이상이 어린이와 여자들이었다.

전쟁이 나면 구호단체로서는 이 난민들이 가장 큰 문제다. 이라크전쟁이 나면 적어도 60만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했다. 국내 난민도 200만명에 이를 것이란다. 대구광역시 인구에 해당하는 국내외 난민을 돌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우선 과제는 식량문제 해결이다. 2200만명 이라크 인구 중 1600만명이 전적으로 정부배급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중 절반이 어린이고, 100만명의 어린이는 이미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식량원조를 맡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도 곧 이라크 사무실을 폐쇄할 계획이다. 식량배급로가 차단되고 배급체계가 마비될 것이 뻔해 집단 아사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1월 유엔보고서는 이번 전쟁으로 50만명이 죽고 300만명이 굶주릴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식수도 문제다. 걸프전쟁 때 파괴된 기반시설이 뒤따른 경제제재 때문에 제대로 복구되지 못했다. 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물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도시인구의 50%, 농촌인구의 30%다. 일상생활이 이러니 임시 난민촌에서는 어떻겠는가. 당장에 홍역은 물론 악성설사, 콜레라 등이 돌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영양실조에 걸려있는 아이들은 며칠만 고열이 나거나 설사를 해도 탈수가 되어 꼼짝없이 목숨을 잃는다.

내가 난생처음 목격한 죽어가는 사람은 동아프리카 난민촌에서 만난 5살짜리 여자아이였다. 까르르 웃는 소리가 아주 예쁜 전쟁고아였는데 죽기 이틀 전까지 학교놀이를 하며 나와 잘 놀았다. 내 손을 한번 잡으면 "소유권"을 주장하며 절대로 놓아주지 않아 친구들의 원성을 샀다. 이 친구, 더러운 물 때문에 설사병에 걸려 몹시 괴로워하더니 막상 숨이 끊어질 때는 오히려 나를 보고 방긋이 웃었다. 사망원인은 탈수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800원짜리 링거 한 병이면 살릴 수 있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전쟁이 나면 직격탄을 맞게된다. 방독면을 쓰고 싸우는 군인들보다 천 배, 만 배 죽음에 노출되어 있으니 이들이야말로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것이다.

전쟁의 실체는 바로 이런 것이다. 50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 않았는가. 100만회 이상의 공중폭격 등으로 250만명이 목숨을 잃었던 전쟁의 역사를 가진 우리다. 그때 부모를 잃고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홀로 울부짖는 어린이들을 떠올려 보자. 젖먹이를 등에 업고 엄동설한 피난길을 나서는 엄마를 떠올려보자. 아군과 적군에게 무차별로 윤간 당하는 여자아이를 생각해보자.

이라크전쟁 56시간 출동대기조, 제발 출동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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